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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루미/책읽는루미

(e-book)사랑해, 파리 - 황성혜

by boekverkoper_theodorus 2020.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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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파리 황성혜

 

SK텔레콤을 쓰면서 가장 좋았던 게 한 달에 얼마간의 포인트를 줘서 영화나 E-BOOK을 살 수 있는 거였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제도가 사라졌지만 그때 받은 책들이 아직도 내 스마트폰에 연동되어 언제든지 끄집어내 볼 수 있다. 원스토어 북스라는 어플을 통해서.

 

책을 다 읽고 보니 "이 책은 방일영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술 출판되었습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첫 장에서 알았다면 삭제해 버리고 읽지도 않았을 텐데 끝까지 읽고 나서야 알게 되다니. 조선에서 만든 건 보지도 읽지도 듣지도 말아야 하는데 오늘은 집에 가서 눈을 좀 박박 씻어야 하나.

 

 

금요일 17:30분에 일을 하자고 전화가 오면 화가 많이 날것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그날 그랬다. 원청업체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자기들 일정이 어그러지니 그 시간에 업무를 꼭 봐야한다고 한다. 내가 거절하면 난리가 날듯이, 이미 다른 업체는 그 시간에 업무를 보기로 했단다. 빌어먹을

 

다른 업무를 그전에 끝내야 하는데 회사로 다시 들어 왔다가 가기에는 시간이 어정쩡하다 16:00에 업무를 끝내고 1시간 30분 시간을 보낼 무언가가 필요했다.

스마트폰 어플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다가 원스토어 북스를 접속했는데 책이 3권만 다운로드하여져 있다. 오랜만에 접속해서 그런가 이전에 다운로드한 것들이 사라진 상태 다시 다운로드하여야 한다. 귀찮게

 

 

이 3권은 왜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사랑해, 파리 / 생각 버리기연습 / 작은 가게로 살아남기

 

작년 말에 아내와 파리를 다녀왔다. 최근 들어 여행을 다니지 못해서 생기는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파리를 그렇게 욕했는데 지금은 파리에서 몇 달 살다 오고 싶지 않냐고 아내에게 묻곤 한다. 햇반과 김치를 양껏 준비해 들고 가서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디다 오자고.

 

총파업으로 불편했던 기억과 난생처음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경험을 선사해줬던 파리인데 이상하게 생각이 난다.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는게 불편한데도 이 책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이 문구 때문인지 모르겠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나 보다 한살이라도 젊은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꼭 해주는 말이 있다. 배워놔라 무조건 필요하다. 악기 / 그림 / 춤 이것은 무조건 필요하니 배워놔라. 나처럼 나이 먹고 배우기 시작하면 시간과 돈을 두배 세배로 많이 들여야 하고 가르쳐 주는 곳도 잘 없다고.

 

이 작가가 이 책을 쓴 시기가 지금 내 나이쯤 일것 같은데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나 보다. 아 너무 할 일 없이 술독에 빠져 살았던 내 청춘들이여.

 

 

 

"세 번째 엄마가 생기면서 생일 선물을 챙겨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 거지.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내 생일날 선물을 해줄 사람이 한 명 늘어난 거잖아." 그러면서 씩 웃었다. "우리 아빠의 사랑은 사그라질 줄 몰라. 네 번째 엄마는 안 생겼으면 좋겠는데."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사전>> 이란 책에서 '가족'을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사는 동안 여러 가정에 동시에 소속되며 아이들은 동시에 여러 아버지, 어머니를 갖게 될 것이다. 가족은 자신이 속한 여러 가정 가운데 하나를 일컫는 말이 될 것이다. 그 후 천천히 더 큰 혁명이 일어난다. 한 가정에 이어 다른 가정을 갖는 게 아니라, 동시에 여러 가정을 원하게 된다."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결손가정에서 살아남기는 한국에선 고난의 행군이다. 색안경을끼고 보는 통에 평범하게 살고 싶어도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우리집은 가난하지도 않았다. 단지 할머니가 많이 아끼는 스타일이었고 나는 잘 씻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저학년 때로 기억한다. 학년이 마무리되는 어느 날 선생님은 나와 내 친구(이 녀석도 못 사는 편은 아니었다)에게 같은 반 친구들이 불우 친구 돕기 선금을 모아 산 잠바를 하나씩 선물해 줬다. 같은 반 아이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나와 그 친구 녀석은 불우 친구로 낙인이 찍혔다.

 

집에 가서 그 옷은 옷장에 가장 깊숙한 곳에 쳐 박아 버렸다. 어린 나 였기에 저항을 하지 못하고 받기는 했지만 그 날의 쪽팔림이란.

 

그 이후 어느날 내 생활도 바뀌었다. 계모가 생기고 잘 씻지 않던 스타일이 잘 씻는 스타일로 그리고 한글을 뒤늦게 깨쳤다. 한글을 깨치니 시험을 칠 때 시험 문제가 무언지 알게 되었고 머리가 나쁘지 않았었던지 꼴등이 상위권으로 한방에 급상승

 

나랑 꼴찌를 다투지만 나보다 약간은 앞에 있던 녀석이 손을 번쩍들어 이 새끼 커닝한 것 같다고 이렇게 점수가 잘 나올 리 없다고 이야기했다. 반 아이들이 모두 있을 때. 그때 선생님은 조금 남달랐던 것 같은데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너도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오른다로 마무리했던 것 같다. 그 이후 나는 지저분한 모지리에서 깔끔한 똑똑이로 변신.

 

그런데도 나는 이혼가정 재혼가정이라는 온갖 편견속에 살았던 것 같다.

 

그냥 그런 가족도 있다라고 넘어가면 안 되나.

최근 들어 여러 형태의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다. 혼인가정, 동거가정, 동성가정, 어쩌다 가족이 된 가정(모든 형태의 가족)

누구가 아파 병원에 갔을 때 보호자란에 싸인 할 수 있는, 갑자기 세상을 떠난 동거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권리 등등 왜 꼭 남녀 한쌍 만 새로운 가족으로 인정해 주는지에 대한 고민. 이 책을 읽다 보니 프랑스에선 벌써 그 생각을 시작했고 끝났을지 모르겠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든 동거인들을 응원한다.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방일영이 찍힌 책을 읽었다니. 부들부들

 

여행 서적인 줄 알고 봤는데 파리를 좋아하는 기자의 파리 에세이 일 줄이야. 그래도 약간은 진지하게 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면에서 파리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책인 듯하다.

 

독서를 마무리한다.

파리는 꼭 한번 다시 가 봐야겠다. 최대한 길게 일정을 잡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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