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가 결혼을 했습니다.
이솝이 개미는 일만 하고 베짱이는 노래만 부른다고 묘사하고 추운 겨울에 개미가 베짱이를 내치는 결말을 만들어 서로 적대적인 사이인 것처럼 묘사해서 그렇지 낯선 장면이 아닙니다. 원래 개미와 베짱이가 결혼하는 게 개미와 베짱이 재생산면에서는 이상적입니다. 요즘은 법이 바뀌어서 개미와 개미 베짱이와 베짱이가 합법적은 부부로 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개미와 베짱이가 부부가 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합니다.
정해 놓은 룰은 없었지만 개미는 밖에서 일을 하고 베짱이는 안에서 일을 합니다. 개미가 일을 하는 밖의 세계는 흡사 지옥과도 같아서 뜨거운 발판을 밟지 않으려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합니다. 그래서 한 번도 쉬지 않고 개미는 일을 합니다. 개미가 일하는 앞에 장애물이 생기면 돌아가고 넘어가고 부수고 가고 그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합니다. 베짱이가 일을 하고 있는 안의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쉬운지 어려운지 많은지 적은지 힘든지 안 힘든지 오직 베짱이만이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많은 베짱이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인정해 달라고 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개미의 일처럼 노동의 댓가에 대해 최저임금을 얼마를 줘야 하느니 주 52시간 노동을 시켜야 되는니 등의 공론은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아주 오래전 자료가 나무위키에 있습니다.
"2012년 서울 및 6대 광역시 거주 기준 30대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 계산
- 음식 준비 및 정리에 1시간 55분
- 자녀를 보살피는 데 3시간 18분
- 청소 및 집 관리에 1시간 13분
- 기타 2시간 53분
- 하루 평균 9시간 19분, 1주일 평균 65시간 13분
- 이를 전년도 전체 노동자 시간당 평균임금(세전)을 기준으로 계산해 월 314만 6천원, 세전 연봉 3,775만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산정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
여성 연구소에서는 대체로 가사노동의 가치를 월 300만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시간, 노력, 심적 스트레스를 고려하고 임금을 전체 노동자 시간당 평균임금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집안일의 특성상 뭘 해도 했다는 티가 안 나니 가족들도 아내가/어머니가 뭘 했는지 신경을 잘 안 쓰고 가사에 들어가는 노력도 인정받기 힘들다.
위 여성 연구소의 주장을 100% 받아들일 경우, 대한민국 중위소득이 약 월 24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사람 중 근로능력 상위 40%~100%는 그냥 취업(세전 2880)을 하지 말고 가사노동(세전 3775)을 하는 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길로 볼 수 있다. 실제로는 어떠냐면 결혼 시 여성 쪽의 35~40% 정도만 무직이다. 이 때문에 정말로 3775만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게 맞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24시간제의 입주 도우미와 비교한다면 2016년 기준으로, 25~35평대 아파트 주6일 입주의 한국인[3] 가사도우미 월급은 160만원~250만원 선으로,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1900만원~3000만원 선이라고 할 수 있다.(식비나 주거비는 사정에 따라 여기서 뺄 수도 더할 수도 있다. 그리고 금액 폭이 꽤 큰데 이것은 같은 도우미가 같은 시간 일하더라도 미성년 자녀의 유무, 동거노인의 유무, 전체 가족 구성원의 수 등에 따라 보수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12년 자료인데도 환산 금액이 2018년 평균 연봉과 비교해도 낮지 않을걸 보면 베짱이의 노동강도를 간접적으로 나마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밖에서 일하는 개미들이 안에 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연봉으로 환산된 금액을 보니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맞벌이라는 이름으로 밖에 일이 베짱이들에게 많이 열려 있고 밖에서 일하는 베짱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안에 일을 개미도 해야 의견이 더 힘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베짱이들이 참 많이 참았던 것 같습니다.
이솝은 개미가 일하는데 베짱이가 기타 치고 "개미야 돈 벌어와라, 개미야 돈 벌어와라" 노래를 부른다고 베짱이를 게으른 종족으로 평가 절하했는데 그 노래가 자기의 그 고된 안의 노동을 끝내 놓고 밖에서 일하는 개미를 위해 불러 줬던 응원가였다는 게 밝혀지는 것 같습니다.
진격의 베짱이
그렇게 이솝에 의해 매도당했던 베짱이들이 진격에 나섰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면 개미는 따뜻한 집에 앉아 배 두드리며 살고 베짱이는 구걸하다 추운 겨울 길바닥에서 쓰러져 죽는다는 결론이 개미가 열심히 일하다 나이가 들어 퇴직을 하는 추운 겨울이 오면 베짱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안에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개미들을 남겨두고 집을 떠나 독립을 한다는 결론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베짱이의 진격을 받고 있는 개미들에게 같은 개미로써 고합니다.
"밖에 일을 줄이고 안에 일을 함께 해라.
옛날 사람 이솝이 밖에 일만을 중요시 한 교훈의 글은 잊어버려라. 안에 일은 원래 개미도 해야 하는 일이다.
베짱이 무시 말라 무댓가로 그 힘든 일을 봉사할 정도의 인내를 가진 존재들이시다 그 인내가 바닥을 드러내면 완벽한 공포를 맞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세는 기울었는데 왕년에 똥폼 잡던 기억을 소환하다 겨울도 아닌 여름쯤에 쫓겨나는 짓거리 하지 마라"
개미와 베짱이는 평등하고 동등하고 똑같다.
기타 치고 노래하는 베짱이 옆에서 춤추는 개미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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