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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루미/글쓰는루미

개미와 베짱이 - 장수한 일개미의 눈물

by boekverkoper_theodorus 202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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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생 개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일제 시대도 거치고 한국전쟁도 거치고 기나긴 독재도 거친 강인한 41년생 개미씨



그 당시 누구나 다 못살았다.



41년생 개미씨 역시 똥구멍이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 열두 아이 중 일곱 번째로 태어나 온갖 배고픈 서러움과 전쟁을 거치면서도 굳세게 살아남았다. 타고난 근면 성실을 무기로 오늘 못 먹어 쓰러지면 내일 일어나 먹으면 된다는 일념으로 어린 나이부터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며 평생을 일하다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어차피 어릴 때부터 일을 했던 터라 청년이 되었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지만 20대가 될 때쯤 마사오라는 여왕개미가 나타나면서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땅 파먹고 사는 인생 오늘도 열심히 땅을 판다.

41년생 개미 씨는 열심히 땅을 팠지만 마사오 여왕개미가 즉위하고부터 빚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그 빚은 늪처럼 41년생 개미 씨를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결국은 열심히 파먹던 땅을 잃게 하고 집도 잃게 하고 고향도 잃게 만들었다.



농촌을 살리자는 구호를 앞 장세 워 빚을 지게 하고 원조받은 물품으로 장사를 해서 쌀값을 떨어뜨리니 땅을 아무리 파도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거듭하다 집도 넘어가고 땅도 넘어가고 41년생 개미 씨도 도시의 공장으로 헐값에 넘어갔다.



없을 無로 시작한 인생이지만 보릿고개만 넘기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정도의 있을 有한 인생이었는데 다시없을 無.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그 당시 누구나 다 못살았다.



41년생 개미 씨 같은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몰려오니 없을 無 인생들 그 꼴이 참 가관이다.



"광주 대단지 개미 사건" , "무등산 타잔 개미 사건"등 땅이나 파먹고 살던 개미 잔혹사가 있으니 찾아보시길.

(친절하지 못한 작가가 키워드 정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시길)




땅이나 파먹고 사는 인생에서 도시의 노동자로 전락했는데 그래도 버스도 있고 수도도 있고 전기도 들어오는 도시를 볼 수 있는 판자촌에서 살 수 있게 해줬다고 41년생 개미 씨를 비롯한 많은 땅이나 파먹던 개미들은 아직도 감사하고 있다.



"우리가 누구 때문에 아직까지 일하면서 살고 있는데?"

만 77세가 된 41년생 개미 씨는 아직도 이렇게 외치며 마사오 여왕개미를 찬양한다.



모든 게 부족했지만 희망만은 있었던 시절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죽지 않을 만큼의 월급을 받았지만 그 돈을 쪼개서 저축을 했던 시절 그렇게 살아남아 자식 키우고 집 한 채는 건질 수 있었던 시절 그런 희망이 있었던 시절.



41년생의 근면 성실과 못살았지만 희망이 있었던 그 시절이 지금 이나마 살 수 있게 만들어 줬는데 마사오 여왕개미에게 그 공을 돌리는 41년생 개미 씨



"우리가 누구 때문에 아직까지 일하면서 살고 있는데?"는 마사오 시점에서 보는 41년생 개미 씨고요

"우리가 누구 때문에 아직까지 일하고 살아야 하는데?"는 41년생 개미 씨 시점으로 보는 세상을 향한 질문 아닐까요?



아무튼



41년생 개미 씨가 눈물 흘린 사건



41년생 개미 씨가 나이 때문에 밀리고 밀려서 흘러간 아파트라는 일자리에서 메가쇼킹 충격받고 반가움의 눈물 주룩



"너 베짱이 아니니?"

"네 베짱이인데요"

"너 여기 사니"

"네 여기 사는데요"

"너 매년 여름에 기타 치고 노래 부르다 겨울이면 돈 없어 추워 죽던 베짱이 아니니"

"이 세상에 그런 베짱이는 없는데요."

"그럼 내가 본 그 베짱이 들은 뭐니?"

"여기 살고 있잖아요"

"그러니깐 어떻게 여기서 사냐고"

"그걸 아직도 몰라요??"

"내가 뭘 모르는데?"

"그렇게 일만 했는데 어떻게 알겠어요.

우리가 치던 기타가 소리가 어떻게 들렸나요? 우리가 부르던 노래는 또 어떻게 들렸나요?

추운 겨울 전근을 가면서 당신의 집으로 찾아간 우리를 당신네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



'개미야 일해라 쉬지 말고 일해라 네가 일해야 베짱이가 잘 먹고 잘 산다'

'개미야 일해라 쉬지 말고 일해라 네가 일해야 베짱이가 잘 먹고 잘 산다'



"다시 한번 불러 드려요??"



'개미야 일해라 쉬지 말고 일해라 네가 일해야 베짱이가 잘 먹고 잘 산다'



"그래도 못 알아듣겠죠? 평생 가도 모를 거예요 그렇게 세뇌당했으니"



"개미 씨는 근로자인가요? 노동자인가요?"

"나야 당연히 근로 자지, 노동자는 다 빨갱이 새끼들이야"



"네 맞아요. 개미 씨는 근로자인 것 같네요. 저기 떨어진 쓰레기나 빨리 주워요 더러우니깐 그리고 사색 중인데 더 이상 말 걸지 말아요"



"으응~ 네 알겠습니다"



41년생 개미 씨 

"그런데 내가 도대체 뭘 모르고 있는 거지?? 그래도 베짱이가 살아 있으니 다행이다 매년 죽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죽은 줄 알았던 베짱이가 살아 있는 걸 본 개미의 눈물



ps.



"개미 씨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는 말 들어 보셨나요?"



"들어 봤지..... 요"



"개미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뭘요?"



"왕서방이 돈을 가져가는 거 말이에요?"



"왕서방이 곰의 밥을 주니 왕서방이 돈을 가져 가는 게 맞지요."



"으구 곰 같은 우리 개미 씨~~~~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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