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이 개미와 베짱이를 관찰하기 시작한 이후 몇십 세기가 흘렀습니다.
개미는 열심히 일하고 베짱이는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일상은 이솝이 처음 관찰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게 1도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지 않은 자. 추운 겨울이 오면 살아남지 못하리라" 베짱이 들으라고 이솝이 한 소리지요.
그러던 어느 날
개미와 베짱이는 일관성 있게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래를 하던 어느 날 이솝이 관찰하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직접 찾아가 관찰하던걸 카메라를 달아 녹화하고 유튜브에서 확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미와 베짱이 관찰일기로 여유돈이 생겼는지 편리함을 추구하는 거지요.
이솝이 관찰 방법을 바꾸고 몇 년이 지난 어느 추운 겨울날 개미 황당한 일이 생겼습니다.
똑똑똑
"누구세요?"
"나야 베짱이"
아주 오래전 아주 추운 겨울에 베짱이를 쫓아낸 이후 추운 겨울에 처음 들어 보는 베짱이의 목소리에 개미는 깜짝 놀랐습니다.
"너어 너 아직 살아 있니?"
"살아 있으니깐 찾아왔지 문 열어 봐"
끼익~~~~~~
"너 아직도 이 고장 난 문 안 고쳤니"
"어 바빠서 못 고쳤어 돈도 없고"
"나 잠깐 들어간다"
"그래 들어와, 잠깐"
개미가 베짱이의 어깨를 잡았습니다.
"너 설마 귀신 베짱이는 아니겠지"
어이가 없는듯한 얼굴로 개미를 바라보며
"뭐래"
이솝의 관찰 이후 개미와 베짱이는 긴긴 시간 동안 알고 지냈지만 아주 오래전 베짱이가 개미집 문 앞에서 쫓겨나 문 앞까지는 가봤지만 개미 집안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집이 왜 이렇게 썰렁해, 여름내 열심히 일해서 비축해둔 건 어쩌고?"
"쥐꼬리 만한 월급으로 보일러 빵빵 틀고 살면 봄이 오기 전에 죽어. 겨울 내내 일도 없을 텐데"
"이게 뭐니 여름 내내 일 좀 한다고 나 무시하더니 겨우 목숨 부지였어? 여왕개미는 저기 으리으리한 집 짓고 알 까면서 잘살고 있던데 너는 결혼도 못하고 혼자 방구석에서 이러고 있니? 한심하다."
"여왕개미 욕하지 마 그래도 그분이 우리를 이만큼 먹고살게 해준단 말이야."
"너 한국 영화 신세계 봤니?? 딱 그거잖아"
"살려는 드릴게"
"영화 그게 뭐니? 먹는 거니? 일하느라 바빠서 그런 거 볼 시간이 없어서."
침묵...... 침묵...... 침묵......
한참의 침묵을 깨고 베짱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가자"
"어딜"
"우리 집"
우리 집이란 말에 개미는 깜짝 놀랍니다.
"네가 집이 있어?"
"이게 정말. 가기 싫으면 지지리 궁상인 이 집에서 굶고 있던가"
베짱이는 개미에게 미리 준비해 간 두툼한 외투를 걸쳐주며 어깨를 감싸줍니다.
"개미야 그동안 수고했어"
"어~어, 헛 나한테 무슨 짓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냥 가자~~~"
"근데 너 어디서 이렇게 돈이 생긴 거야"
"유튜브, 기타 치고 노래만 했는데 어느 날부터 개미들이 내 앞에 돈을 던지고 가더라"
"아~~~~~~~~"
"개미야 고마워 기타 치고 노래만 하는 날 위해 일을 대신해줘서 그리고 너무 일만 하지 마 일한 만큼 받고 쉴 때는 쉬고"
이솝도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을 알았는지 아주 오래 전의 관찰일기에서 지지 리궁 상인 개미의 집을 공개하지 않고 개미가 베짱이를 쫓아내는 걸로 결말을 내렸나 봅니다.
이솝이 베짱이의 눈을 통해 개미의 집을 공개하지 않고 자신의 글로 따뜻한 집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고살았다고 쓴 건 혹시 여왕개미의 압력 때문은 아닐까요?
아주 오래전 이솝의 관찰일기 속 개미의 쪽지.
청춘이 가장 아름다웠던 봄날에도 일하고 가장 열정적이었던 여름날에도 일하고 가장 풍성했던 가을에도 일했는데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추운 겨울이 되니 일하던 나를 위해 노래 불러줬던 친구를 문전박대하게 만든 여왕개미 정말 밉다. 베짱이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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