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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루미/글쓰는루미

출발이 중요한데 결정권은 없어

by boekverkoper_theodorus 2021.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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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12월 23일 늦은 밤

12월 24일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심야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달려가야 한다.

24일 오전 비행기를 타고 경유지인 핀란드로 가기 위해서 고생해서 가야 한다.

 

심야 버스는 탈 때마다 수명을 갉아먹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수면을 하면서 이동을 한다고 생각해 보면 시간을 아끼는 측면에서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남이 하는 운전에 대한 의심병이 많은 나에겐 심야에 타는 버스는 가는 내내 지옥이다.

버스 운전석은 버스가 출렁출렁일 때마다 위로 아래로 움직인다. 그럴 때마다 기사님 얼굴이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데 그 모습이 꼭 기사님이 졸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에 뜬 눈으로 불안에 떨며 4시간을 견뎌야 한다.

 

여행의 시작을 불안에 떨며 하다니 슬프다.

나에게는 결정권이 없다.

 

여행의 신 가오나시

 

"동방항공 상하이 or 칭다오 경유 어때?"

"핀에어 핀란드 경유"

"부산에서 비행기 타고 가고 비행기표도 더 싼 동방항공 상하이 경유로 가자"

"인천 출발 핀란드 경유 핀에어"

"왜?"

"돈보다 시간 보다 유럽 경유 유럽 나라를 더 돌아보고 싶다고"

"응 ㅠㅠ"

 

 

인천공항

 

심야버스 기사님은 한 번도 졸지 않으셨을거라 믿고 싶다. 버스는 한번도 급정거 급커브 급발진 없이 고속도로를 달려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단지 내 몸만 두껍게 입은 옷과 히터로 인해 땀에 젖어 버스를 내리니 한기가 느껴졌다.

 

남이 하는 운전에 대한 의심병이 많으면서 비행기는 타는 여행자, 한 번도 비행기 조종은 안 해봤으니 의심할 여지도 없는 거겠지

 

밤새 내 안의 의심과 싸우며 여행의 출발선에 도착. 비행기에선 푹 잘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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