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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루미/글쓰는루미

헬싱키 사람이 살고 있나요?

by boekverkoper_theodorus 2021.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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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공항

 

10시간 남짓한 비행은 사람이 땅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무사히 내려 안을 때부터 케이트까지 가는 동안 온몸이 흥분의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그 아드레날린은 느리고 지루한 이미그레이션을 견디게 해 주고 웬만해선 나오지 않는 수화물을 기다릴 수 있는 힘도 함께 준다. 내 기억 속 유럽은 그런 곳이다.

 

14시가 조금 지난 시간 비행기는 헬싱키 반타공항에 내려앉았다. 하늘은 흐리고 비를 조금씩 뿌리고 있었지만 상쾌하다. 나쁘지 않다. 조금도 불만족스럽지 않다.

 

헬싱키 공항철도

 

16시가 조금 지난 시간 공항철도를 타고 드디어 공항을 벗어 난다. 2시간을 공항에 있었지만 우리는 결코 화를 내거나 불만을 토로하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알아듣지 못할 말로 질문을 하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열심히 관찰하는 공항직원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쁜 사람 아니니 나를 공항 밖으로 내 보내주지 않겠지?'

"난 단지 헬싱키에서 16시간 정도만 있다가 갈 거야. 거기 파리로 가는 비행기표 보이지.'

 

아무 말하지 않고 여권과 비행기표와 웃음만 공항직원에게 넘겨줄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헬싱키 아무도 없나요? 여기 한국에서 사람이 왔어요. 핀란드 사람이 보고 싶다구요.'

 

이제 겨우 16시인데 밤이다. 비도 조금씩 오고 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도시라 생각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4시에 밤이 되는지, 연말엔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거나 문을 열지 않는다던지, 사람들이 밖에 나와 있지 않는다던지.

몰랐다. 헬싱키 조금 무서운 기운까지 느껴진다.

 

믿을 수 있는 건 구글 앱 하나

가고 싶은 곳이 있어 걸어서 간다. 트랩이라던지 버스에 대한 정보도 없고 그걸 이용해 보겠다는 용기도 없다. 헬싱키에 도착한 지 이제 2시간째 공항 밖으로 나온 건 겨우 지금이라.

 

 

 

한참을 비를 맞으며 도착한 곳은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에 나오는 카모메 식당이다. 무얼 파는지 영업을 하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찾은 여행자들의 말로는 다리 아픔과 배고픔의 습격을 받는 게 전부. 사진 두장 찍고 돌아 서는 길이 그래도 밝다.

 

아는 길이 생긴 것

 

헬싱키에서 우리는 벌써 하나의 루트를 뚫은 것이다. 공항철도를 내려 1시간도 안된 시간에. 우리가 왔던 길로 돌아가면 철도를 탈 수 있고 잠시 머물 숙소로 갈 수 있다. 작은 것에서 생긴 용기

 

가는 길에 경로를 벗어나 영업 중이 마트를 찾았고 가는 길에 경로를 벗어나 트랩을 타봤고 가는 길에 경로를 벗어나 한참을 헤매기도 한다.

 

숙소로 가는 길 무민이 우릴 보고 웃고 있다.

 

"반가워 무민

우린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았어. 

보이지 않던 네가 이제야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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