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적루미/글쓰는루미

한여름에 뜨거운 밥 한공기 - 콩잎 과 풋고추

by boekverkoper_theodorus 2024. 9. 2.
반응형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한여름 점심 시간.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떠 오른다. 언젠가 팔도 비빔면을 먹어보고 난 후 그 고민은 완전히 사라졌던 것 같다. 팔도 비빔면의 힘이란.

 

팔도 비빔면이 나오기 전으로 돌아가 한여름 매미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먹었던 점심  한그릇에 대한 기억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콩잎과 뜨거운 밤 그리고 찬물

여름이면 냉장고에 콩잎이 항상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떨땐 젓갈에 묻혀져 있고, 어떨땐 된장에 묻혀져 있다. 무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어 가고 있는 그때 냉장고속 콩잎은 입맛을 돌게 하는 좋은 밥 반찬이였다.

이런 콩잎도 그냥 먹으면 맛이 없다. 나는 이렇게 먹는다. 국그릇에 뜨거운 밥을 한가득 퍼 담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 오는 밥에 차가운 물을 붙는다. 꼭 차가운 냉수여야 한다. 뜨거운 밥과 냉수가 만나 잠시 어떤곳은 뜨겁고 어떤곳은 차가운 상태에 밥한술을 떠 콩잎을 언져 함께 먹으면 극강의 젓갈 혹은 된장의 짠맛이 올라 오며 국그릇에 펀 밥 한공기를 후딱 먹어 칠울수 있다.

숟가락 질을 하는 와중에 국그릇을 보고 있노라면 뜨거운 밥이 찬물과 만나 흩어져 가는 과정에 물이 뿌옇게 변하고 숭늉의 밥알 같이 씹기 편한 상태로 입으로 들어 온다. 미지근한 온도에 밥의 단맛과 콩잎의 짠맛 여름의 별미 이다.

 

풋고추 찬밥 그리고 찬물

또 한여름 밥을 먹게 하는 반찬중 하나 풋고추.

풋고추를 먹을땐 찬밥에 찬물을 부어 꼬들꼬들한 상태의 밥알과 찬물에 먹을때 가장 맛있는것 같다. 가끔씩 올라오는 매운맛을 찬물이 잡아 주고 짠 된장의 향과 아삭거리는 고추의 식감 이 또한 한여름에 먹는 별미. 풋고추와 찬밥은 꼭 한여름날 점심시간이 아니라도  아침에도 저녁에도 그 맛은 변함이 없이 맛있는것 같다.

 

뜨거운 여름 낮

뜨거운 불앞에서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입맛이 평소엔 잘 몰랐던 간단하고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음식의 맛에 거품을 한껏 넣어 주는것 같다.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엄마가 차려주신 따뜻한 밥을 먹다. 오랫만에 만난 된장에 묻혀진 콩잎을 보고 그 맛을 예찬해 본다.

반응형

댓글